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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 2012] 영화·무용의 동거동락 … “무대 위로 확장한 영화죠”

ㆍ변혁 ‘자유부인 2012’ 감독

무대 한쪽에서 스크린을 통해 한 여성이 동료들과 함께 패션쇼를 준비하는 장면이 상영된다. 그들이 작업실을 나와 무대에 선다. 이전 장면은 영화고, 서 있는 곳은 실제 무대이다. 이 무대에서 출연진이 춤을 추고 패션쇼도 한다.

 

‘시네마틱 퍼포먼스’를 표방한 <자유부인 2012>는 이처럼 등장인물들이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든다. 여성의 일과 꿈, 자유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와 춤으로 보여준다. 영화와 춤이 제각기, 그리고 한 데 어우러져 남다른 감흥을 자아낸다. 변혁 감독(성균관대 영상학과장)이 각본·연출, 정의숙 단장(아지드 현대무용단)이 안무를 맡아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선보인다.

 

“무대로의 확장을 꾀한 영화예요. 공연 같은 영화, 영화 같은 공연이죠. 공연만의 현재성과 동시성을 영화 언어의 환상·초월성과 접목했다고 할까요. 영상 언어와 몸의 언어를 함께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2D)와 무용(3D), 두 장르의 ‘동거동락(同居同樂)’을 꾀하는 이 작품의 기획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한형모 감독의 <자유부인>(1956)을 원작으로 영화와 춤을 접목한 <자유부인 2010>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 작품으로 선정돼 재공연 기회를 얻으면서 시작했다.

 

“원작 <자유부인>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드라마를 가졌어요. <자유부인>이 춤바람을 통해 여성의 자유와 사랑을 다뤘다면 <자유부인 2012>는 현대 여성의 자아 실현을 그려요. 양장점에서 일하는 원작의 주인공이 이번 작품에서는 패션계의 커리어우먼으로 나와요. 패션쇼 기획 장면이 영화 속에 소개되고 무대에선 모델 한혜진 등 스무 명의 모델들이 패션쇼를 보여주죠. 원로배우 박정자 선생이 내레이션을 맡았고, 마지막에 노년의 ‘자유부인’으로 무대에 등장해요. 춤도 추시고.”

 

영화는 실사와 애니메이션·모션 그래픽, 춤은 현대무용과 발레 등 각각 두 팀으로 구성했다. 안무와 촬영이 시작된 것은 6개월 전이고, 최근 2개월 동안 무대 위에 큐브를 설치하고 영화와 춤을 접목하는 마무리 작업을 해왔다.

 

“설치미술 등 현대예술에 영상이 접목되는 경향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어요. 하지만 정적인 조형예술보다는 동적인 무대예술에서 그 시너지 효과가 더 크다고 봅니다. 더군다나 춤은 말(대사)이 필요하지 않아요. 만국 공용어죠. 글로벌 콘텐츠를 만드는 데 가장 주효한 장르예요. 이제까지 공연에서 관객은 무대 정면만 바라봤지만 <자유부인 2012>에서는 여러 각도의 카메라 시점과 다양한 크기의 영상을 통해 무용수들의 머리 위도 내려다볼 수 있고, 갖가지 표정과 손가락의 미묘한 변화도 감상할 수 있어요. 공연의 이야기 구조도 영화의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 시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죠. 춤의 접근성이 높아져 극적 재미를 더욱 느낄 수 있습니다.”

 

변 감독은 <자유부인 2012>에 앞서 지난해 <윤이상을 만나다>를 선보였다. 다큐멘터리의 무대화를 꾀한 이 작품은 고 윤이상 선생의 인터뷰 필름과 음악, 춤을 엮었다. 이 작품은 무용계에서 먼저 인정을 받았다. 2011년 대한민국무용대상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받았고,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세계무용대전(Benois de la Dance)에 노미네이트돼 오는 5월 러시아 볼쇼이 국립극장에서 초청 공연된다.

 

“공연을 올릴 때마다 ‘왜 영화 하다가 말고 딴짓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그때마다 ‘이것이 얼마나 영화적이냐’고 반문하죠. ‘새로운 장르의 추구야말로 영화정신의 핵심’이거든요.”

 

변 감독은 또 ‘한국인의 거대한 지형도’를 보여주는 <70mk>(70 million Koreans: 7000만 한국인)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의 굿플래닛 재단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여성·환경·교육 등을 주제로 많은 시민들을 인터뷰한다. 변 감독은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영상 데이터베이스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한석규·이은주 주연 <주홍글씨>를 끝으로 대학강단에 선 변 감독은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APM에서 지원받은 서래마을 영아 유기사건을 다룬 <악의 꽃>과 <베이비 블루> 등 두 편의 한·불 합작영화와 <자유부인>의 영화화를 제작사와 논의하고 있다.

변 감독은 뉴미디어 시대의 복합콘텐츠를 연구하고 창작하는 트랜스미디어연구소(TMI)도 이끌고 있다. 변 감독은 “장르 간 교류·융합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지고 강력해질 것”이라며 “<자유부인>과 <윤이상을 만나다> 등 시리즈로 만들어 레퍼토리화하고 있는 콘텐츠들이 ‘드라마를 근간으로 하는 총체극의 전범’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변 감독의 ‘장르 허물기, 다시 쌓기’는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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